유튜브 알고리즘으로 우연히 유현준 건축가님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책도 내시고 방송에도 나오시는 것 같은데 나는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유튜브 땡큐!)
처음으로 본 영상은 LH 사태 예언한 건축가 유현준 "난 개인주의자, 정치는 나보다 착한 사람이 해야" 이라는 타이틀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한 영상이었다.
1. LH 사태 예언한 건축가 유현준 "난 개인주의자, 정치는 나보다 착한 사람이 해야" (Youtube 채널 '중앙일보')
외국에 나와있다 보면 아무리 인터넷이 발달해도 한국 돌아가는 사정을 꼼꼼히 다 알기는 어려운데, LH는 나도 아주 잠깐의 인연으로 일을 한 적이 있던 터라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슈였다. 이 분이 LH사태 예언한 건축가라고 불리는 것도 이 영상을 통해서 알게 된 거라 이 사람이 얼마나 어떻게 예언했는지는 사실 관심이 없었고, LH사태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해서 보게 됐다. LH사태는 사실 LH에서 또는 LH와 조금이라도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처음 뉴스를 봤을 때도 놀라기보다도 '터질 게 터졌구나' 싶었다. 건축에 대해서 나는 전혀 모르지만, 회사가 돌아가는 분위기만 봐도 여기저기 꽤 부패해 있는게 보였으니까.
하지만 그게 그 사람들의 100% 잘못이라기보다는 유현준 건축가도 영상에서 언급하듯 '시스템'의 문제이다. 급변하고 점점 더 깨어가는 사회에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사 중 하나가 LH였고, 잘못을 한 사람은 대가를 치뤄야 겠지만 더 중요한 건 시스템을 뜯어 고쳐야 하는 것. 과거부터 현재까지는 농지를 택지로 만들면서 도시화를 이끄는 역할을 LH가 해왔다면, 이제는 반대로 남겨진 건물과 공간을 사람들이 돌아가고 싶은 공간으로 재개발하는 일로 주 업무를 바꿔야 한다는 건축가님의 시각에 무릎을 탁 칠 수 밖에 없었다.
2. EBS 초대석 '도시를 짓다, 관계를 짓다'
대한민국의 도시화는 이미 충분하고도 남는다. 도시 속에서도 자연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는 다른 도시들과 달리 서울은 자연을 '일상'에서 느끼기 어렵다. 함부르크에 살면서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게 바로 공원의 분포도. 어디에 살든 왠만해선 집에서 근처 공원까지 걸어서 10-15분이면 도착할 수 있고, 또 공원과 공원 사이의 거리도 도보 15분 안팎이다. 유현준 건축가님의 예시로는 뉴욕도 그렇다고 한다. 함부르크는 뉴욕이나 서울에 비하면 고층 건물도 없고, 인구 밀집도도 낮아 이게 가능하구나 싶었는데, 서울보다 더한 뉴욕도 '녹색'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꽤 인상깊었다. 걷고 싶은 도시, 걷기 좋은 도시가 앞으로 서울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의견에 너무나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건축가는 보통 '건물을 잘 또는 멋있게 짓는 전문가'라는 인식이 강한데 왜 유현준 건축가는 계속 '도시'를 묶어서 이야기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한 답도 너무 인상깊었다. 건물은 그냥 멋있게 만들어내는 상품이 아니다. 건물은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기도 하고 단절시키기도 한다. 작아보이는 구조 하나하나가 우리의 삶에, 공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그걸 읽고 확장시켜 도시 전체를 보는 이 시각이 내가 지금 공부중인 도시문화학의 목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아서 너무 반가웠다.
3.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공간에 대한 통찰력도 인상깊었다. 특히, 학교. 세가지 영상을 한 번에 이어서 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어느 영상에서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사람이 한 이야기다보니 겹치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 '학교'와 '공원'이 많이 강조되었던 것 같다. '학교'와 '교도소'의 건물 구조가 비슷하다는 것이 생각해보면 맞는데 평소에 생각하지 못했던 대반전 같은 느낌.
이런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강형욱 훈련사가 '묶여있는 개는 스트레스를 받아서 문제 행동을 할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한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여러가지 면에서 개를 키우는 방법이 사람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건 좀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일단 적어보자면, 학교도 학생들을 계속 '물리적'으로도 가두고 '정신적'으로도 수능이라는 틀로 가두기 때문에 학생들이 오히려 더 일탈하게 되고 우울하게 되고 자살률이 높아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가 목줄에 묶여있는 것과 학생들이 학교에 묶여있는 것이 뭐가 다를까?
대한민국 학교의 문화, 교육을 바꾸려면 교육 방법이나 시스템을 건드리는 쪽만 생각을 했었는데 공간적으로 터치해줄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도 이 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이 분이 쓰신 책도 언젠가 꼭 다 읽고 싶다. 지금 당장이라도 읽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미루게 되는 이유는 이거다. 지금 내가 도시문화학을 배우는 상황은 건축이나 도시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정말 뇌가 '말랑말랑'한 상태에서 배우고 있는 단계다. 그래서 아직 모르는게 많지만 동시에 여러가지 배움과 자극들로 스스로 깨우쳐 나가는 즐거움이 상당히 큰 편이다. 특히 독일에서 배우고 있기 때문에 독일의 수업 방식도 한국과 다소 다른 편이고(주입식이 아니라 자꾸 스스로 생각하게 함) 또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배우기 때문에 언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이해에 장벽이 있어서 개념적으로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아무튼 이 과정이 힘들어도 꽤 재미가 있는데, 갑자기 모국어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논리정연한 이 분의 가르침과 지식을 스펀지처럼 쭉 흡수하면, 아직 내 것이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분의 지식이 마치 내가 아는 것인양 자리잡을 것이 두렵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은 좀 더 미루기로.
(그래서 나중에 잊지 않기 위해 오늘 본 영상들의 링크, 후기, 그리고 책들을 기록해두는 포스팅)
참고로 유현준 건축가는 홍익대학교 건축설계 학과 교수님이기도 하다. 또 본인이 이런 인터뷰, 강연, 책을 쓰는 이유를 말했는데 도시, 건축, 공간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한 사람만의 힘으로는 절대 되지 않고 정부, 회사 뿐만 아니라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의 공감까지 이끌어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건축가 임에도 계속 책을 쓰고 미디어에 나오려고 애쓰시는 거라고 했다. 진짜 진짜 맞는 이야기고, 나도 도시문화를 배우면서 우리가 그냥 덮어놓고 좋다고만 생각했던 '도시'라는 공간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있고, 내 삶에 끼치는 영향도 꽤 크다. 본인이 건축학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건축, 공간, 특히 공공 장소, 도시 전체는 결국 그 곳을 살아가는 우리의 터전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알고 새로운 시각을 배우면, 분명 각자의 삶에 나중에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 링크 스크랩
1. 공간이 만든 공간 https://coupa.ng/bZsBSJ
2.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https://coupa.ng/bZsBXd
3. 공간의 미래: 코로나가 가속화시킨 공간 변화 https://coupa.ng/bZsBZe
4.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https://coupa.ng/bZsB2k
5. 어디서 살 것인가 https://coupa.ng/bZsCaF
6. 대표작 4권 모음 판매 https://coupa.ng/bZsB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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