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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문화학

조금은 색다른 랜선 여행,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전쟁 전후 모습

by Hella 2021.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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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unsplash.com/@gliwik



코로나만 아니었다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떠났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요즘 많이들 즐긴다는 랜선 여행을 여기서는 조금 색다른 방법으로 소개해보려고 한다.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과 후의 바르샤바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이다.



1. 1938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전) 바르샤바 길거리 모습 (컬러 ver.) (약 4분 소요)

(*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1945년에 걸쳐 일어났다.)

잘 정돈된 가로수길, 차도.
평평한 도로 위를 달리는 다양한 디자인의 자동차들, 트램.
도시 구석구석 꽃으로 디테일하게 장식된 포인트들도 돋보이고, 당시 건축 양식도 눈에 띈다.
지금 세워놔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주차금지 표지판과 레스토랑 야외석에 앉아 여유롭게 오후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잘 가꿔진 공원에 각자 유모차를 끌고 나온 어머니들.
당시 사람들의 의상, 끌고 다니던 유모차, 군인들의 모습 등이 인상적이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오매불망 주인을 기다리다가 꼬리를 흔드는 닥스 훈트.
4분 남짓 되는 짧은 영상에 닥스훈트만 풀샷으로 20초가 나오는데 아주 귀엽다. (약 50초 부터!)
배경음악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영상에서 당시 바르샤바 시민들은 매우 평화롭고(군인들이 길거리에 있고, 건물을 지키고 있긴 했지만 위협적인 느낌은 아니다) 잘 설계된 아름다운 도시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추측해볼 수 있다. 특히 공원뿐 아니라 도시 구석구석의 조경에 신경쓴 모습이 인상깊었다.




2. 1947년 (제2차 세계대전 종료 후 2년이 흐른 뒤) 바르샤바 모습을 담은 사진 모음 영상 (약 5분)



이 영상은 위의 영상과 정반대의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상이 아니라 사진이지만, 전쟁 이후 그 평화롭고 아름다웠던 바르샤바가 얼마나 처참하게 파괴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영상 속에 자막으로 나오는 나도 모르는 언어인지라 구체적인 장소명 등은 알 수 없지만, 사진만 보더라도 그 피해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사진을 보는 내내 우리나라의 예전 모습이 겹쳐서 떠올랐다.






영상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나도 사실 역사는 잘 모른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기회가 된다면 관심있게 배우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그들의 역사를 조금씩 배워갈수록 세계를 보는 눈이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지금 우리가 유럽 여행중이라고 상상해 보자. 지금 내 눈 앞에 서있는 유럽의 한 거대한 건물을 ‘그저 멋지다’라고 보고 사진을 찍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역사를 알고 보면 전혀 다르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사실 가이드 투어를 하지 않는 이상, 여행을 하면서 모든 걸 그 때 그 때 다 배우기는 어렵고,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씩 공부해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저 아름답기만한 바르샤바를 여행하면서 그들도 1947년에는 우리와 다름없이 살던 곳, 일하던 곳을 많은 부분 파괴당했었다는 역사를 알고 본다면, 이렇게 다시 아름다운 도시로 재건할 때까지 그들의 노력이 어우러져 보이지 않을까?


https://unsplash.com/@valik_chern




예를 들어 지금은 ‘문화과학궁전’으로 불리고 있는 이 건물은 1952-1955년에 세워진 건물로 당시 폴란드의 ‘사회주의’ 시절을 상징한다. 또한 소련이 선물이랍시고 세워준 건물이기도 해서, 소련의 간섭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당시 상황을 겪었던, 또는 그 직후의 세대들에게 이 건물은 거의 ‘증오’에 가까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존되었다. 이 건물이 세워지기 전 이 구역은 원래 유대인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상업 구역이었다고 한다. 억울하게 쫓겨난 사람들은 당연히 이 건물을 싫어했을 것이고, 당시 다른 시민들도 독재체재의 상징이었던 이 건물을 좋아할리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건물을 보존할지 철거할지에 대해 거의 10년이 넘도록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지금은 마치 우리나라의 서울시청 광장처럼 다같이 모여서 축구를 보기도 하는 (물론 코로나 전에…) 문화적 공공 공간으로 자리잡았고, 젊은 세대들에게 이 건물은 더 이상 증오도 무엇도 아닌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베를린에도 이 문화과학궁전처럼사회주의를 상징하는 건물이 있었는데 (지금의 베를린성 자리) 그 건물은 사회주의를 상징한다는 이유로 철거된 반면, 바르샤바의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이 건물은 지금까지도 보존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건물의 철거 여부에 대해서 두 나라에서 각각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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