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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독일 열쇠 분실,열쇠 안들고 나왔는데 문 닫혔을 때

by Hella 202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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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생활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어김없이 나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바로 '열쇠'에 관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겠다는 이 나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아직도 집 현관문을 잠그는데 '열쇠'를 쓴다. 
처음에 가장 불편하고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었는데, 들어들어 짐작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쓰는 비밀번호 입력식이라던가 하는 전자식 잠금 장치는 안전상 믿음이 가지 않아서인 것 같다. 또 열쇠식이라고 우리나라와 똑같은 잠금 방식이 아니다. 한 번 돌려서 잠글 수도 있지만 더 안전함을 위해서는 두 번 돌려서 잠글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열쇠로 잠그지 않아도 일단 문이 닫히면 걸쇠가 걸려서 밖에서 문이 안열린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고 오늘의 핵심 포인트이다.

 

사실 열쇠를 들고다녀야 하는 '불편함'은 아무 것도 아니다. 문제는 열쇠를 잠시라도 잘못 간수했다가는 눈뜨고 코 베이는 곳이 독일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열쇠가 흥하고(?)하면 좀 그 유지관리비가 저렴할 법도 한데, 사람이 하는 일인지라 전혀 그렇지가 않다. 열쇠를 잃어버려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나, 열쇠를 깜빡하고 집을 나서서 문을 따려고 수리공을 불렀는데 수리비가 어마어마했다... 등등의 이야기는 나도 수차례 들었다. 그래서 늘 집을 나설 때마다, 문을 닫기 전에 내가 열쇠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닫는 습관까지 생겼다. 그렇게 4년을 열쇠로 큰 문제 없이 잘 지냈는데, 오늘 갑자기 내게도 이 일이 터져버렸다. 

 

처음에 집에서 나갈 때는 열쇠를 챙겨서 잘 나갔다. 문제는 잊은 물건이 있어서 다시 들어와서 잊은 물건을 찾아서 다시 집을 나서면서 열쇠를 안에 두고 나와버린 것이다. 습관처럼 열쇠로 문을 잠그려고 주머니를 뒤지는데 만져지는 건 핸드폰 뿐... 순간 뒷골이 싸늘해지면서 집에 다시 들어설 때 신발장 위에 열쇠를 올려둔 것이 생각났다. 보통은 늘 습관처럼 주머니에 넣는데 왜 하필 오늘 거기에 뒀는지 모르겠다. 
잘 하지 않았던 행동이라면 짐을 찾으러 다시 들어왔다가 나가는 것...? 
원래는 들고 나가는 걸 잊지 않으려고 집에 들어와서도 늘 열쇠를 열쇠구멍에 꽂아두는데, 이번엔 바로 나갈 계획이다보니 열쇠 구멍에 넣지 않은게 화근이었다. 
아무튼 너무나 확실하게 나는 열쇠를 들고 나오지 않았고, 문은 열리지 않았다. 

 

더 답답한 건 건물 밖으로도 나갈 수가 없었다. 건물의 현관문도 동일한 방식이라서 한 번 나가면 열쇠가 없으면 다시 들어올 수가 없다. 어쩌면 좋은지 검색을 해보면서 건물 안을 서성이다가 지나가는 이웃님에게 도움을 요청해 봤다. 나름 믿음직해보이는 분이었지만 그 분도 해결해주진 못했다. 

 

만약 문이 잠긴 상태로 닫혔다면,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열쇠수리공을 불러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나처럼 문이 잠기지 않고 단순히 닫혀서 안열리는 경우라면 문 틈 사이로 철사나 플라스틱 카드를 넣어서 딸 수 있다고 했다. 이건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었고, 이웃님도 그렇게 얘길했다. 문제는 우리집 문은 문과 벽 사이에 방범용 벽이 하나 더 깔려 있어서 카드를 쓰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웃님은 내게 하우스마이스터에게 전화하거나 열쇠 수리공을 부를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문제는 토요일...
하우스마이스터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결국 열쇠 수리공에 전화를 했다. 

 

보통 열쇠 수리공을 부르면 200-300유로가 나온다고는 하지만, 나처럼 간단한 케이스는 더 저렴할 수도 있다고 이웃님이 희망을 주었고, 실제로 인터넷에서도 이런 사례로 50유로 정도에 고친 사례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 내가 만난 열쇠 수리공은 나에게 300유로를 요구했다. (토요일이라서...) 주말과, 또 야간시간대에는 추가 요금이 있고 꽤 크다. 결국 200유로로 타협을 보았지만, 아무래도 당한 느낌이 들어서 두번째 희생자를 막기 위해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기로 한다.

 

표정과 혼잣말 등은 일단 연기라고 보면 된다.

- 도착해서 우리집 자물쇠를 만지면서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쉽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보였다. 
   알고보니 이건 연기였다. 근데 앞에 이웃님도 같은 이야기를 하긴 해서 믿었다. 
   우리집 자물쇠가 특이해서 뭔가 도구를 사용해야 하나? 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열쇠공들이 어려운 듯한 표정과 말을 해도 '구체적인 설명이 붙지 않는 이상' 연기라고 생각하자.

 

나도 연기를 하자.

 - 너무 심각한 표정도 짓지 말고, 별일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세뇌하고 열쇠공 앞에서도 '이거 간단하잖아?' 라는 뉘앙스를 풍기자.
   나는 정말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있었는데 (놀라기도 했고, 당장 문이 안열리면 잘 곳도 없었고, 한시간 기다리면서 지침) 그래서 이미
   이 게임의 패가 열쇠 수리공에게 넘어갔다. 나는 문을 너무 열고 싶으니 달라는 대로 줄 수 밖에 없는 약자가 된 것이다.
   아예 잠긴 문, 밖에서의 열쇠 분실은 솔직히 좀 심각한 일이긴 한데, 이렇게 잠기지 않고 닫히기만 한 문은 본인의 의지로 열 수 있다.
   (나도 이제는 할 수 있을 듯...ㅂㄷㅂㄷ)
   연기를 해야하는 이유와 따는 방법은 아래에 계속 설명하겠다.

 

열쇠수리비는 네고가 가능하다.

- 알고보니 열쇠 수리비는 네고가 가능했다. 이게 일부러 한 건 절대 아니다. 나는 벼룩시장 가서도 네고를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총합이 '300유로'라고 했을 때 나는 진짜 그 열쇠공 앞에서 머리를 감싸쥐며 기겁했다. 왜냐면 진짜로 나는 돈이 없기 때문에 진짜 300유로는 너무 컸다. 그래서 진짜 못낼 것 같아서 출장비는 드릴테니 그냥 열지 않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이 사람이 갑자기 딜을 하는거다. 주말이라서 더 비싼데 그 비용을 깎아주겠다며 200유로를 제시했다. 애초에 네고를 하려고 한 게 아니었고, 나는 너무 감정적으로 절망적인(?) 상황이어서 이성적인 판단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더 딜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당시에는 당장 잘 곳이 없다는 두려움에 내가 지고 들어가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다음에 불렀을 때 또 본인이 온다는 법이 없고, 여기까지 왔으니 자기는 수당을 벌어가고 싶어서 나를 엄청 설득했다. 지금 자기를 보내고 월요일에 다른 곳을 불러도 또 출장비가 나올거고 최소 100-150유로는 나올 거라고 등등등. 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묘하게 설득당해버렸다. 하...

 

따는 거 보는 순간 왜 사기 당한 기분이 드는 건지

- 결국 200유로에 합의를 하자, 뭔가 기계를 들고올 것 같던 분위기는 어디로 가고, 갑자기 수리공은 작은 가방에서 A3 사이즈 정도의 평평한 플라스틱 종이 같은 걸 꺼내서 슉슉 넣더니 1초만에 문을 열었다. 결국 방법은 수리공이 하나 내가 하나 똑같았다. 다만 내게 빠른 스킬과 도구가 없었을 뿐. 

- 인터넷에서 찾아봤을 때는 주로 '철사'나 '안쓰는 플라스틱 카드'를 추천했다. 내겐 둘 다 없었다. (지갑도 까먹음...) 그리고 나는 50유로에 해결될 줄 알고 부른 건데, 출장비만 60유로 였다. 회사 홈피에는 전화로 미리 금액도 알려준다고 써놓고, 막상 통화할 때는 일단 25유로인데 나머지는 수리공이 현장에서 보고 결정할 거라고 했다. -> 이 말 하는 곳은 거르길 바란다. 

 

어떻게 하면 예방할까? 또 발생하면 어떻게 하지?

- 예방에 가장 좋은 건 믿을만한 사람, 그리고 가까이 사는 사람에게 여분의 열쇠를 맡겨두는 것이다. 나는 그럴 만한 사람이 없었다. 
- 만약 또 발생할 경우, 도구가 없다면 다음번엔 건물 이웃집 문을 다 뒤져서라도 도구를 빌릴 것 같다. 
   철사, 플라스틱 카드(안쓰는거), 얇은 플라스틱 종이 등을 쓸 수 있지만 여기에 한정짓지 말고 가능한 건 다 동원해 보자.

   철사는 약간 번개 모양처럼 휘게 만들어 사용한다.
   카드는 사용법을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문과 벽이 평평하다면 틈새로 밀어넣어서 열 수 있다.
   이 수리공이 사용한 플라스틱 종이(?)는 이름을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금 힘과 탄력이 있는 얇은 플라스틱이면 다 될 것 같았다. 
   딱 봐도 별로 전문적인 도구로 안보이는 평범한 재질이었다. 
   우리집처럼 앞에 약간 방어벽이 있는 경우에는 플라스틱 카드는 좀 어렵고 휠 수 있는 철사나 더 얇은 플라스틱이 필요할 수 있다.
   틈새에 밀어넣기 전에 문을 세게 쳐서 틈 사이를 좀 벌리고 넣으면 더 잘들어간다.
- 아니면 미리, 저렴하고 평가가 좋은 수리공을 알아두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 수리공을 부를 때 평일 8-18시 이전에 불러야 한다. 오는 시간까지 감안하면 넉넉잡아 17시...? 
   오늘 내가 이용한 수리점의 영수증에 의하면 평일 18-22시, 토요일 8시-18시 구간에 추가요금이 70~135유로까지 붙고,
   밤시간 (22시-오전 8시)과 일요일, 휴일에 책정되는 요금은 또 다르다.

 

열쇠 분실도 아닌데 이 정도 비용이라면 열쇠 분실은 상상도 하기 싫다. 
특히 건물 현관 열쇠는 이웃들도 쓰는 공용이라서, 이 열쇠를 분실하면 건물 전체의 열쇠를 다 바꿔줘야 하는 불상사가 생길수도 있다고 하니 정말 정말 주의해야 한다.

지난 4년간 무사했다고 방심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열쇠 수리공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는 사람이 작업하고 고치는 분야는 뭐든지 시작과 끝에 말이 다르고 (주로 가격이 달라지고) 가격이 부풀려지는 경우가 현지인,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분야는 (수리 관련...) 늘 시작하기 전에 가격과 견적, 구체적인 시공 내역을 꼼꼼히 확인하고 실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면 지금 돌아보니 어떻게 열 건지 물어볼 걸 그랬다싶은 생각이 든다... 그딴 걸로 열 줄 알았으면 밖에서 노숙을 하더라도 200유로 안줬다 진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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