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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독일 생활 7년만에 독일 면허증 교환하고 온 후기

by Hella 2023. 10.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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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몇 년이나 미뤄왔던 일을 드디어 해치웠다. 바로 ‘독일 면허증 교환’이다. 한국 면허증을 독일 면허증을 교환할 수 있는 조건이나 준비 서류는 앞서 설명한 글을 참고해 주시고, 이번 글에서는 직접 바꾸고 온 후기를 남겨두려 한다. 지인들과 같이 갔는데도 조금씩 내용이 달랐던 만큼, 담당 직원에 따라 조금씩 케바케일 수 있다는 점은 미리 말해 두고자 한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하게 밝히고 싶은 ‘카더라 정보’가 하나 있다. 독일에 와서 한국 사람들과 면허증에 대해 이야기하다보면 ‘독일에 온지 6개월이 지나기 전에 면허증을 교환하지 않으면 면허를 교환할 수 없다’는 정보를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독일 살면서 듣는 대부분의 정보가 케바케, 사바사라서 걸러 들어야 하지만 이 정보만큼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와전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7년 전에도, 또 최근에도 이렇게 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팩트는 그 반대다. ‘독일에 온 후 6개월이 지나면 면허증을 교환할 수 있다.’ 독일에 온 지 7년차인 내가 오늘 교환하고 왔으니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러니 위와 같은 카더라 정보를 듣고 면허 교환을 망설이던 분들이 있다면 꼭 하고 오길 추천한다.


독일 교통청 방문 시, 여러명이 한 번에 테어민을 잡을 수 있나요?


만약 나처럼 지인들과 함께 오는 경우, 각자 1인 1테어민을 잡고 가야 한다. 한 명만 예약을 잡고 여러명이 한 번에 신청을 할 수는 없다. 또 한 명이 여러가지의 업무 처리로 방문을 할 때에도 처리해야 할 업무 하나 당 테어민을 각각 따로 잡아야 한다.




QR 코드로 체크인하기


일단 함부르크에는 외국에서 딴 면허증을 독일 면허증으로 교환해주는 교통청이 두 군데 있다. 오늘 우리가 갔던 곳은 LBV Hamburg-Mitte였다. 주차장이 있지만 넉넉하지는 않아 가능한 대중 교통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멀지 않아서 버스 타고도 충분히 올만하다. 사거리에 위치한 건물 입구를 통과하면 안쪽에 주차장과 또 다른 입구가 나오는데, Führerschein(면허증)이라는 팻말을 따라 들어가서 안쪽 건물 (Haus D)로 들어가면 된다. 참고로 이 곳 교통청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들어갈 수 없다.


특이했던 건 건물 입구에 QR 코드를 스캔하는 스캐너 기계가 있고, 여기서 꼭 스캔을 해야만 한다고 했다. 호텔 체크인 같은 느낌이랄까. 대기실에 앉아있으면 디스플레이에 내 예약번호와 방 번호가 뜨는 시스템은 외국인청에서 비자받을 때도 비슷하다. 내 예약번호(테어민 번호)가 뜨면 그 옆에 뜨는 방 번호를 보고 그 방을 찾아 들어가면 된다. 다만 이 곳 교통청이 외국인청과 다른 건 QR코드를 스캔하지 않으면 디스플레이에 아예 번호가 뜨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마도 예약해 놓고 말없이 안오는 사람들도 많아서 낭비되는 업무 시간을 줄이고자 만든 시스템인 것 같다. 오지도 않은 사람 기다릴 시간에 다음 사람 바로 받으면 되니까. 독일 관공서는 늘 구식이고 느리기만 하다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왠일로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시스템이었다.


QR코드는 예약 시간 15분 전부터 스캔할 수 있게 제한이 되어있기 때문에 너무 일찍 갈 필요도 없이 15-20분 정도 일찍 도착하는 정도로 가는 게 좋다. 15분 전에 스캔해도 등록이 되지 않아서 나는 5분 정도 스캐너 근처에서 기다렸다. 스캔을 하기 전에 아래쪽 ‘면허증’ 관련 예약 메뉴를 한 번 터치하고 스캔을 해야 인식이 된다. 스캔이 제대로 되면 화면에 체크인 완료 표시가 뜨고 해당하는 층으로 올라가 대기 하라고 안내가 나온다. 외국 면허증 교환은 2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다소 헷갈릴 수 있는 건 QR 스캔하는 기계가 메인 플로어(0층)에도 있고 대기하는 2층에도 있는데, 일단 필자는 혹시 몰라서 두 번 다 스캔을 했다.




사진을 깜빡했어요


혹시나 사진을 챙겨오는 것을 잊어버렸다면 4.5유로를 내고 교통청에서 찍을 수 있다. 직접 찍어보지는 않았지만 촬영 공간이 꽤 삐까뻔쩍 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설이 대부분의 관공서에 도입이 되어있는데 관공서마다 시설이 달라서 퀄리티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다. 참고로 내 경우 사진을 제출하고 다시 돌려받았다. 필요없냐고 물으니 이미 스캔을 해서 필요 없다며 돌려주었다. 그런데 내 지인은 사진을 돌려받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방에서 근무하는 다른 직원들이었는데도 일처리 방식이 이렇게나 다르다니 조금 놀랬다. 그래서 사진은 돌려받을 수도 안돌려받을 수도 있다.




처리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대기 공간은 평범한 로비였고 의자가 세 개 뿐이라 자칫 사람이 몰리면 서서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나는 10시 10분 예약이었는데 한 10분 정도 지나서야 내 번호가 화면에 떴고, 전부다 끝나는데 30분 정도 걸렸다. 대기 시간까지 합하면 40분 정도. 혹시 모르니 소요 시간은 넉넉하게 1시간 정도 잡고 가면 될 것 같다.




들어가면 무슨 얘기를 하나요?


자, 지금부터는 은근 사람 긴장하게 만드는 교통청 직원과 마주하는 시간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한다. 이게 별 거 아닌 걸 알면서도 은근히 긴장이 된다. 우선 나를 담당해 준 직원 분은 매우 친절했다. 내가 잘 알아들을 수 있게 느리고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설명해 주셔서 감동할 지경이었다. 한가지 팁이 있다면, 테어민 확인증을 반드시 출력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담당 직원에게 그냥 종이만 건네줘도 내가 왜 왔는지 다 써있기 때문에 크게 내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 직원이 서류를 처리하고 나는 멍때리고 기다리고 있다가 가끔 질문을 하면 대답하는 방식이다.

아래에는 간단히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을 간단히 한국어로 요약해 보았다.

직: Hallo
나: Hallo
직: 예약번호 ㅇㅇㅇㅇ 맞으신가요?
나: 네 맞습니다. (예약증 건네 줌)
직: (예약증 보며) 외국 면허증 교환으로 오셨네요.
나: 네
직: 면허증과 신분증 주시겠어요?
나: (한국 면허증, 독일 신분증, 한국 면허증 번역 공증 서류 함께 전달)
직: 독일에 처음 온 게 몇 년도에 오셨죠?
나: 20XX년에 왔습니다.
직: 출생지 스펠링이 안멜둥에 등록된 것과 신분증에 있는 게 다르네요. (내가 실수로 잘못 등록한 듯) 어느 게 맞는 거죠?
나: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둘 다 똑같습니다.
직: 그럼 신분증에 있는 걸로 할 게요.
나: 네
직: 여권 주시겠어요?
나: 네 (여권은 혹시나 들고 갔는데 보니까 여권을 보고 여권 번호를 신청서류에 적었다)
직: 북한이 아니고(nicht demokratisch) 대한민국(Republik) 맞죠? (서류에 있지만 구두로 두 번 물어 봄)
나: 네 남한이에요 (Republik, Südkorea 대한민국은 Republik임)
나: (직원이 작성해 준 신청서를 보다가) Klasse B가 일반 자동차 몰 수 있는 면허가 맞나요?
직: 네, 우리가 보통 쓰는 면허에요. 한국 면허의 1종이 독일에서 Klasse B에요.


질문을 받은 건 이정도 였고, 중간 중간 서류에 서명을 4-5번 정도 한 것 같다. 이건 하라는 곳에 서명을 하면 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은 없다. 질문의 내용은 담당 직원이 달랐던지라 지인과 내가 받은 질문은 조금 달랐다. 종종 다른 분들의 후기 중에 추가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와 지인의 경우 그런 것 없이 서류만으로 별 문제 없이 교환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생긴 기계에서 결제를 하면 된다 Photo by HM




결제 및 수수료


이렇게 서류 확인이 끝나면 플라스틱 카드를 하나 받는다. 이 카드를 가지고 0층(한국 1층)으로 내려가 Kasse라고 적힌 기계에 넣고 현금 또는 카드로 결제를 하면 모든 처리가 끝나고 다시 직원에게 돌아갈 필요 없이 집에 가도 된다. 직원이 설명해 줄 때는 현금 또는 EC Karte(독일식 체크카드)로 된다고 하는데, 기계에서는 터치식 결제가 되길래 애플 월렛에 등록한 신용 카드로 해봤더니 EC Karte가 아닌 크레딧 카드로도 결제가 됐다.

수수료는 50.70유로가 나왔다. 특이한 건, 나와 거의 똑같이 준비해 간 지인은 나보다 3유로 정도가 더 나왔다. 정확히 무슨 차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수료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조금씩 다르게 나오는 듯 했다.




면허증 받기


테어민 당일 부터 운전이 가능한 종이 면허증을 준다. 플라스틱으로 된 정식 면허증은 2-4주 내로 집으로 우편으로 배송된다고 한다. 정식 면허증을 받고 나면 종이 면허증은 찢어서 버려야 한다. 정식 면허증을 받기 전까지는 종이 면허증으로 운전을 할 수 있고, 이 기간은 독일 내에서만 운전이 가능하다. 정식 면허증이 나오면 EU 국가에서도 독일 면허증으로 운전을 할 수 있다.




독일 면허증으로 독일/EU외에서 운전하고 싶을 때


우리나라에서와 비슷하다. 국제면허증을 신청하면 작은 수첩 같은 형태로 국제 면허증을 받는다. 수수료는 17유로이고 유효 기간은 3년이라 꽤 넉넉한 편이다. 규정상으로는 독일 면허증을 받은 시점부터는 우리나라에서 운전할 때 독일 교통청에서 국제 면허증을 발급 받아서 운전해야 한다.



한국 면허증을 독일 면허증으로 교환하기 위한 모든 것 - https://citizenofworld.tistory.com/m/68

한국 면허증을 독일 면허증으로 교환하기 위한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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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 내용은 관할, 담당 직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분명한 건 독일에 온 지 6개월이 지나도 면허증을 교환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은 협정을 맺은 국가라 추가로 다른 시험을 보지 않고 서류만으로도 쉽게 교환이 가능하다는 것! (필자는 미국에서 면허증 따려고 실기 시험을 봤던 기억이 있다. 꽤 고생했던 기억.) 그래서 서류만 내면 교환되는 독일 면허증에 매우 감사하는 마음이다. 하기 전에는 어렵고 까다로울 것 같이 느껴졌던 독일 면허증 교환, 막상 하고 나니 별로 어려울 것도 없다. 고민하고 계신 분들은 이 글을 참고해서 도전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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