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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독일 유학 시작을 앞두고 있다면 꼭 보세요 (학기 시작 후 유학 초반 생생한 후기)

by Hella 2020.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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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20/21 겨울 학기부터 독일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한 유학생입니다.
저는 유학을 혼자서 준비하였고, 그래서 이런 저런 많은 시행 착오를 겪으면서 겨우 입학을 했습니다.
지금은 첫 학기를 시작한지 약 보름 정도가 되었습니다. 보름 동안 참 많이 힘들고, (네, 맞아요. 고작 보름만에요...) 마음 고생을 하는 것이 저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날 것의 경험들을, 지금 저와 같이 힘들어하고 계실 혹은 또 나중에 힘들어할 예정(?)인 분들을 위해 이 글을 남깁니다.


처음 유학을 준비할 때는 오로지 ‘입학만 하자’고 생각했고, 사실 그것만으로도 매우 벅찬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혼자 준비를 했습니다.)
학교마다 다른 외국인 입학 규정과 기준, 우리나라와 전혀 다른 입학 시스템, 필요한 어학 성적 획득, 비자 서류 준비 등이 모두 한국어로 봐도 어려울 판에 독일어로 해야하니 그 벽부터가 엄청 높아보였습니다. 뭐 그래도 하버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니 그보다야는 쉬웠고 입학은 순조롭게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독일 대학은 들어가기는 쉬워도 졸업하기 어렵다고 하죠. 절대로 빈 말은 아니더군요.


뭐, 유학 준비나 팁들은 다른 곳에서 많은 정보를 얻으실 수 있을 것 같고, 저는 실제로 독일 대학 학기를 시작했을 때, 겪게 될 수 있는 정신적 멘탈 붕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당연히 가장 큰 태클은 독일어입니다. 제 독일어 시험 성적은 테스트 다프 4/4/3/4였습니다. 보통 독일 대학은 4/4/4/4를 최소 기준으로 정하지만, 일부 대학은 조금 기준이 낮은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감사히 들어오기는 했는데, 독일어로 인해 겪게 되는 멘탈 충격이 생각보다 컸습니다. 물론 시험 성적과 실제 독일어 실력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제 실력으로 대학 생활이 그저 편하지만은 않으리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요. 한국 대학에서는 한 적 없던 예습/복습도 열심히 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전 이미 한국에서 학부를 졸업했고, 독일에서 다른 과목을 선택하여 다시 학부과정으로 입학을 했습니다.)


수업 방식의 차이


가장 크게 간과하고 있었던 것은 수업 방식의 차이였습니다. 독일 대학은 ‘토론이나 프로젝트가 많다더라’ 정도는 들었지만, 생각보다 더 했습니다. 수업 방식이라는 건 사실은 학교마다 학과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그래도 저와 비슷해 보이는 분들의 경험담을 여럿 듣고 제 이야기도 최대한 상세히 공유해 보려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저는 인문대를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강의가 있는 날은 가서 수업을 듣고, 그 수업 내용에 대한 예습/복습은 철저히 자유였죠. 예/복습을 안 한다고 해서 다음 강의를 듣는데 있어서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시험 외의 개인 과제는 드물었고, 과목에 따라 팀과제가 주어졌지만 학기당 1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토론 수업은 없었으며, 강의도 대부분 일방적으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이해하는데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학생인 내가 말을 하는 때는 프레젠테이션 발표 과제가 있을 때가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수업에서 질문을 하면 수업이 길어지기 때문에 예의상(?) 질문이 있어도 안했죠.

지금 독일에서 선택한 과목도 인문학입니다. 저희 과에서는 특별히 정해진 교과서 같은 건 없고 대부분의 과목이 매 수업마다 미리 읽어와야 하는 강의 자료가 주어집니다. (보통은 다른 곳에서 출판되거나 발표된 책이나 전문 서적의 일부를 스캔한 파일입니다.)
당연히 독일어로 되어있고 분량은 파일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제 경우에는 평균적으로 한 과목당 10페이지 많게는 20페이지, 30페이지(혹은 그 이상)까지 주어집니다.
저는 현재 이런 수업을 9개 듣고 있으니 일주일에 최소 90페이지를 (원칙대로라면) 읽어야 합니다.
네, 못합니다. 그냥 현실적으로 못합니다. (제 독일어 실력으로는...)
독일어 어학 시험에서 보던 단어들과 전혀 다른 전문용어들이 폭발하듯 터져나오고 다루는 내용의 수준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첫 학기라 아무리 기초를 배운다고 하더라도 과목 분야에 해당하는 어휘를 미리 익히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거에요. (전 아무것도 안하고 왔지만...ㅎㅎ)
어쨌든 그래서 전 적게는 1-2페이지 많이 읽어봐야 3-4페이지를 읽고 다음 수업에 들어갑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한국은 다음 강의 자료를 안읽고 가도 큰 타격이 없었는데, 여기는 다음 강의 자료를 제대로 안읽고 오면 그냥 그 수업 내내 붕붕 뜹니다.
읽으라고 한 내용에 대한 브리핑 조차 없더라구요.
읽어온 내용에 대해 바로 질문을 받거나, 아니면 반대로 질문을 해야하거나 또는 미리 주어진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 가야 합니다.
다같이 논의하는 건 그나마 다행이에요. 제가 말을 안해도 티가 별로 안나니까요.
이 때는 ‘다른 독일애들도 말안하는 애들 있는데 나도 조용히 있어도 괜찮아.’ 라고 스스로 위안이 돼요.

근데 이제 읽고 온 내용을 바탕으로 소그룹 토론을 합니다.
저희 학교는 지금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고 있어서 방을 나눠서 소그룹으로 모여서 토론을 해요. 보통 4명 정도 한 그룹이 됩니다.
이게 소그룹이 되니 말을 안하고 있으면 더 티가 나요.
어떤 시간에는 말 한마디 못한 적도 있고, 어떨 때는 그래도 더듬더듬 제 생각을 말하려고 애도 써봤습니다.

그럴 때마다 정말 부끄럽고, 얘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왜 여기서 말 한마디 못하고 있는 걸까 별별 생각이 다 듭니다.
열심히 들어보려고 해도 학생들의 말은 교수님의 말보다 더 알아듣기 힘듭니다.
교수님이 수업을 할 때는 ‘강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정말 발음이 안좋은 분이 아니고서야 그래도 목소리도 크시고 발음이 또렷한 편인데, 소그룹 토론이 되면 학생들끼리만 있게 되고 교수가 없으니 서로 편하게 말을 하고, 사람마다 발음, 톤, 스피트가 천차만별이라 알아듣기가 너무 어려워요.
그러니까 겨우 주제를 이해하고, 내 생각을 정리해간다고 하더라도, 상대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내가 지금 이 이야기를 꺼내도 되는 것인지 타이밍을 못잡게 되기도 하구요. 또는 내가 겨우 내 생각을 한마디 꺼냈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대해서 보통 질문이나 추가적인 토론이 이어지는데 상대말을 100% 못알아들으니 대화가 흐지부지 됩니다.



거의 필수에 가까운 예습과 토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또 크고 작은 과제들이 주어집니다. 자잘한 과제가 자주 주어지는 곳은 학기말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것 같고, 평소에 과제가 없는 수업은 대신 학기말에 Hausarbeit라고 해서 거의 소논문 수준의 레포트를 제출해야 합니다. 한국 대학에서 생각하는 그런 리포트를 생각하면 안됩니다. 실제로 ‘학계’에서 쓰이는 문서 양식 가이드까지 공유해주면서 어떤 폰트를 써야 하고, 줄간격은 얼마나 되야하는지, 페이지 여백은 몇 cm씩 띄워야 하는지 등등 매우 구체적인 가이드가 제공되고 그에 따라야 하며, 다른 참고자료를 인용하거나 활용할 때에 출처를 밝히는 규정도 엄격히 지켜야 합니다. (이건 아직 시작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벌써 부담감 200%네요.)



첫 주는 오리엔테이션이라 그나마 한숨을 돌렸지만, 둘째주부터는 매 수업이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수업이 하나 끝날 때마다 머리가 아파왔어요. 보통 평균 하루에 2개씩 수업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아침에 8-9시에 일어난다고 하면 아침 먹고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따로 공부할 시간 확보는 힘들고 겨우 챙겨서 수업에 참여를 합니다. 그러면 수업 2개를 듣고, 중간에 점심을 챙겨먹고, 여유가 되면 다음 수업 자료를 조금 더 읽어보고, 여차저차 수업이 다 끝나면 빠르면 오후 4시 늦으면 7시 정도 됩니다. 그러면 오후와 저녁 시간은 온 종일 다음 수업 자료를 읽습니다. 전혀 쉬지 않고 온 시간을 다 투자 해도 될까말까인데 사실 안쉬면서 하는 건 힘듭니다. 나이가 어린 분들은 가능하실 수도... 있는데 저는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라 이미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몸 여기저기가 삐그덕거리고 있어요. 사람이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이렇게 한학기 내내 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몸이 받쳐준다 하더라도 정신이 피폐해지고, 친구도 사귀고 그래야 하는데 전 텍스트만 읽다가 삶이 끝날 것 같았죠.



아참, 필수에 가까운 예습과 토론, 과제가 끝이 아니에요. 우린 외국인이니까요! 100% 강의를 절대 못알아들었기 때문에 녹음해서 다시 들어야 합니다. 근데 정말 그럴 시간조차 없습니다. 저는 정말 첫 2주간, 누구든 어느 나라든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유학을 한 모든 유학생을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진짜 제가 해외 생활이 처음이 아닌데도 너무너무 스트레스가 컸어요. 아무 말도 못하고 영어로 일할 때도 스트레스가 컸지만, 이건 또 어나더월드... 새로운 세계의 중압감입니다. 영어도 전혀 모른 상태에서 미국에서 일하면서 영어 튼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아봤지만, 할 수록 점점 더 못하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수업이 하나 끝날 때마다 ‘나 이거 진짜 할 수 있는 건가? 졸업은 커녕 이번 학기를 끝낼 자신도 없는데.’ 이런 생각이 수십수만번 듭니다. 늘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주위 사람들은 이런 제 이야기를 들으면 ‘할 수 있어! You can do it!‘이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줍니다. 너무 고맙죠. 너무 고마운데, 도저히 감정을 배제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도 불가능해보이는 일 앞에서, 시작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포기하고 싶어질만큼 막막한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다!’고 응원해주는게 응원처럼 들리지가 않더라구요. 왜 너무 힘들면, ‘힘내’라는 말이 진짜 힘이 나는게 아니라 더 힘이 빠지잖아요. 그냥 그런 말 대신 ‘못할 것 같으면 포기해도 돼.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아무튼 이런 감정을 겪고 계시거나 또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걱정마세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겪어가면서 유학을 마치거나 아니면 중간에 돌아가기도 하겠죠.
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돌아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가능하면 끝까지 버텨보고 싶잖아요?



지금 이 시점에서 보름 전의 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여러분에게도 공유하려고 해요.


1. 들을 수 있는 만큼만 듣고 안되는 건 과감히 포기해라.

 


저는 수강 신청을 할 때 학교에서 들으라는대로 다 들었어요. 근데 그건 현지인 학생들 기준이에요.
독일어가 매우 유창한 분이 아니시라면, 최소 학점만 듣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을 거에요.
나중에 몰아듣기 싫어서 또 제 독일어를 과신(?)해서 전 들으라는대로 다 신청했는데 진짜 이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한 짓이에요.
(전 총 9개 과목인데... 음... 네... 절대 안돼요. 그냥 현실적으로 불가능. 왠만하면 해보기도 전에 안된다 이런 말 듣는거 싫어해서 이런 말 잘안하는데, 걱정되고 불안한거 다 떠나서 아무리 냉정하게 해봐도 안되더라구요. 전 태생이 게으르기도 하구요. 본인이 독일어 실력에 자신이 있고 공부를 잘 하는 분이시라면 가능하겠지만요!)
전 이미 수강신청 정정기간이 지나서 취소는 못하는데, 대신 저희 학교는 시험을 보기 일주일 전쯤인가 시험을 안보겠다고 취소할 수 있다는 팁을 선배에게 들었습니다. 못하겠으면 그냥 시험 취소하래요. (ㅎㅎ) 아니면 시험을 취소하지 못하는데 정말 못볼 것 같으면 그냥 시험날 안가고 병원가서 진단서 끊어오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의 시험 규정, 수업 패스/낙제 등등의 규정을 잘 살펴보고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우회해 가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내가 이 곳에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써서 벽에 붙여놓고 지칠 때 볼 것



눈 앞의 이런저런 시련들에 치이고 쓰러지다 보면 정작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이유도 흐릿해지면서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분명히 독일에 오고 싶었던 이유가, 또 이 공부를 하고 싶었던 이유가 작든 크든 있었을 거에요.
뭐 거창할 필요는 없어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잊지 않기 위함이에요.



3. 그래도 내 행복과 건강을 가장 먼저 생각할 것, 마음의 여유!



독일 유학 준비를 하는 동안은 지금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자기 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연습하고, 꽤 많이 잘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도 공부 부담에 지쳐서 밥도 거르고, 늦게 자고, 겨우 일어나고, 모든 생활 패턴이 망가지더라구요. 그러다보니 몸도 마음도 더 지치기 마련이구요.
건강하게 챙겨먹고, 운동도 하고, 쉴 땐 쉬어줘야 하는데 마음에 여유가 사라지니 한 자라도 더 읽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모든 습관이 흐트러지고 중심을 잃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어요.
아무리 할 게 많아도 이것만은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꼭 하겠다! 라는 걸 정해두고 지키자구요.





결국은 마음을 얼마나 잘 돌보느냐 같아요.
언어는 공부를 하면 늘어요. 학교 공부도 보다보면 늘 거에요.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마음을 잘 돌보는 일이 결국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너무 힘들 때는 독일의 한인 커뮤니티 같은 곳에 털어놓아 보세요. 비슷한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은 응원을 해주실 겁니다.

우리, 너무 지치지도 너무 힘내지도 말고 편안하게 한 걸음씩 걸어가 보도록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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