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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ESG 경영 대표 주자 독일의 지속가능한 은행들 비교표

by Hella 202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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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ESG 은행

 

요즘은 금융회사들도 지속가능성을 전제로 한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ESG 경영이라고 하며 회자되지만, 독일에서는 Nachhaltige Bank(지속가능한 은행) 또는 Grünebank(그린 뱅크) 등으로 부른다. ESG란, 환경(Environment)의 'E', 사회(Social)의 'S', 지배 구조(Governance)의 'G'의 앞글자를 딴 말로 ESG 경영이라는 건 결국 이 3가지 요소를 고려하는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세계적으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친환경, 그리고 책임 경영과 투명 경영의 세박자를 골고루 갖추며 경영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말하는 그린 뱅크의 특징은 하나의 은행이 '일부' 프로젝트로서 ESG 경영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은행 전체가 ESG인 정체성을 가진다는 데 있다. 즉, 하나의 은행이 한편에서는 무기 산업에 투자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무를 심는 친환경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이중적인 방식이 아니라, 한 은행의 돈 전체가 ESG를 바탕으로 운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전에, 은행과 친환경, 사회, 지배 구조가 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의문이 들 수 있다. 여기 이해하기 쉽도록 짧은 대화를 공유하려 한다. 나는 독일 정착 초기에 Commerzbank를 이용했다. 중간에 계좌 수수료의 이슈가 생기면서 지금은 이용하지 않는다. 그래도 몇 년 이용한 은행이라 익숙해서인지 어느 날 뉴스를 보다 헤드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Commerzbank의 전분기 실적이 좋다는 긍정적인 내용의 뉴스였다. 그리고 다음 날 학생 식당에서 옆자리에 앉은 친구가 Commerzbank 체크 카드를 꺼내는 것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예전과 달리 훨씬 세련되게 바뀐 카드가 눈에 띄어 자연스럽게 Commerzbank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다. 

 

 

"어제 뉴스에서 봤는데 Commerzbank 실적이 아주 좋다더라."
"당연히 그렇겠지. 이 은행은 돈 되는 사업에 주로 투자를 하니까."
"돈 되는 사업?"
"그래, 무기 산업, 화석 에너지 산업 같이 돈이 된다면 가리지 않고 투자할 걸?" 

 

 

내가 이 은행의 실적 이야기를 한 것은 '네가 이용하는 은행이 실적이 좋아 안정적일테니 걱정이 덜하겠구나'라는 배경으로 이야기를 한 것인데, 이 친구는 냉정하게도 자기가 거의 평생을 이용해 온 은행을 야심차게 까버렸다. 물론 Commerzbank도 ESG 경영을 하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이 친구의 머릿 속에는 이런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 있었다. 한 번도 은행을 이용하면서 이 은행이 그들의 수중에 있는 돈으로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는지 생각해 본 적 없던 나에게는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은행은 고객이 맡긴 돈을 신용을 이용해 다른 사람 또는 회사에세 더 높은 이율로 빌려준다. 그 차익이 은행의 이익이다. 그러니 은행의 돈을 빌려간 사람 또는 회사의 사업이 잘 되어야 은행의 실적도 좋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평생 열심히 모은 돈이 환경을 파괴하거나, 무기를 만드는 일에 쓰인다면, 그리고 만약 그것이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다면? 한 번쯤 깊이 생각해 볼만한 일이었다.

 

최근 나는 다시 한번 다른 은행을 찾고 있다. 지금 쓰고 있는 Vivid는 다 좋지만, 카드를 신용카드로만 제공을 한다. 신용 카드도 있으면 좋지만, 독일에서는 EC Karte라고 하는 체크 카드만 사용 가능한 경우도 가끔 있다. 내 경우, 학생증을 충전해서 학교의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이 충전을 하는 기계가 오직 Girocard(EC Karte)만 인식을 한다. EC Karte란 Debit Card의 한 종류인데 독일 특유의 시스템에 맞춰진 체크 카드라고 보면 된다.

 

 

처음에는 또 독일어로 가득한 설명 페이지들을 읽고 비교하는 게 골치 아파서 그냥 한 번 가입했던 Commerzbank에 다시 바로 가입할까도 생각했다. 그래도 내 돈이 안전하게 지켜지는 것이 가장 우선이 아닐까 하고. 그래도 기왕 이렇게 그린 뱅크에 알게 된 이상, 바로 Commerzbank에 재가입하기보다는 이 참에 한 번 지속가능형 은행들에 대해 알아나 보자 싶었다. 아주 큰 돈을 맡기는 게 아닌 이상, 유학생의 생활비 정도는 법률에 따라 보호 받는 금액 아래에 있기 때문이다. 아래부터는 통일을 위해 '지속가능한 은행'이라고 부르도록 하겠다. 

 

 

지속가능한 은행은 일반 은행과 무엇이 다른가? 

 

스스로를 지속가능한 은행이라고 부르는 은행들은 일반 은행과 비교하여 투자와 대출 시의 기준이 다르다. 이들은 크게 두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다. 첫째, 대출 및 투자에 대한 '제외' 기준을 가지고 있다. 특히, 환경에 해롭거나 비인도적인 산업의 주체는 이런 은행으로부터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둘째, 반대로 긍정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대출해주거나 투자한 돈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치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만한 프로젝트인지 검토하고 그러한 사업 위주로 지원한다. 뿐만 아니라, 투자금이 유통되는 과정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독일 지속가능한 은행 비교표

 

은행 계좌를 비교하는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카테고리가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나의 개인적인 필요에 의한 비교표를 작성해 보았다. 일단 보통예금계좌(Girokonto), 가능하면 EC Karte(GiroCard)일 것, 계좌 유지비가 너무 비싸지 않을 것, 체크카드 연회비가 저렴하거나 무료일 것 등의 기준이 적용되었다. 직접 만든 표이기 때문에 불펌은 안하셨으면 좋겠고, 상업적 이용은 더더욱 금지이다.

 

 

 

 

결론은 내 가치관과 나의 결정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Tomorrow 였다. 하지만 Tomorrow는 정식 은행이 아니고 Solaris라는 큰 테크금융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Vivid도 Solaris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독일 금융 당국의 철저한 감시 아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안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식 은행이 아니라는 점은 일부 사람들에게는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 있겠다. 나는 그렇게 큰 금액을 운용하기 위한 계좌를 찾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괜찮았지만, 그들이 발급하는 카드가 내가 찾아 헤매던 EC Karte가 아니라는 점이 걸렸다. 결국 곧 졸업을 하게 될테니 어느 시점에서는 큰  마이너스 요소는 아니지만.

 

그래서 현재로서는 Haspa Sparkasse와의 사이에서 고민이 된다. 고민을 하다하다가 Haspa의 지속가능 보고서까지 찾아서 봤다. (아놔 ㅋㅋ) 읽으면서도 '내가 이것까지 본다고?' 어이없었지만, 펼친 김에 대충 훑어봤다. 대략 이해하기로는 나라에서 추진하는 ESG 경영의 가이드 라인이나, 도시나 주 자체에서 가진 자체 정책 등도 있기 때문에 Haspa도 Tomorrow 만큼은 아니더라도 ESG 경영을 향해 걸어가고는 있는 것 같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Tomorrow는 은행의 가장 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돈' 그리고 '투자 및 대출'에 있어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환경을 해롭게 하거나 비인간적인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친환경적이고 인간에게 유익한 사업에 투자한다. 내가 거액을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지속가능한 은행의 고객이 된다는 것은 그들을 지지하는 힘이 된다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Haspa나 그 외 일반 은행들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ESG 경영을 받아들이고 자의든 타의든 그 목표를 향해 걸어갈 테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 지금 당장은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는 곳에도 투자를 할 수 있다.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도 친환경 경영을 한다고 해놓고 환경을 해치는 사업에 투자하다가 걸린 걸 뉴스로 봤다(출처: Watson). 그나마 그 중에 Haspa가 나은 것 같은데 그래도 아직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건 아닌 것 같다.

 

두 은행의 홈페이지만 봐도 알 수 있는데 Tomorrow는 지속가능성(Nachhaltigkeit)를 당당하게 메인 메뉴에 노출시켜두었지만, Haspa에는 그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지속가능성을 검색했다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견하고 보게된 것..ㅋㅋ)

 

결국 지속가능한 은행을 이용할 것인지 말지는 개인의 결정에 달려있다. 내 결론은 이렇다. 독일은 적극적으로 ESG 경영을 주도해 나가는 나라 중 하나이고, 언젠가 어느 시점에서는 지금 가장 널리 알려진 1금융권 은행들도(Deutsche Bank, Commerzbank, Sparkasse 등) 친환경적으로 ESG 경영을 해나가게 될 것이라고 예측해 본다. 즉, 만약 내가 지금 당장 내가 친환경적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은행을 지지하고 내 돈을 ESG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쓰이게 하고 싶다면 지속가능한 은행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만약,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하고 아직은 은행이 주는 다양한 혜택이나 고액의 금액에 대한 우려가 클 경우, 건실하고 잘 알려진 은행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리고 한 은행을 선택하게 되면, 그 은행에 대해 다시금 포스팅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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